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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문학

일본문학의 세계를 거닐다 - 요시모토 바나나의 '왕국'




요시모토 바나나를 처음 알게 된 것은 누구나 그러하듯
'키친'을 통해서이다

사실 요시모토 바나나는 호불호가 명확한 갈리는 것 같다
많은 인기에도 불구하고 주변에는 그녀의 소설에 대한 공감을 표시하지 않는 사람들이 꽤 많다
항상 그녀는 서정적이며, 잔잔한 내용과, 소소한 일상의 모습을 느리게 담아낸다

이번에는 그녀의 수많은 책 중 '왕국'에 대해 적어보려한다


우선 작가를 조금 살펴볼까 한다
군데군데 자세한 사항은 우리의 친구, 위키피디아를 참고로 하였다
위키피디아 요시모토 바나나

요시모토 바나나,

바나나는 많이 알려진대로 본명이 아니고 필명이다
그녀가 좋아하는 바나나꽃에서 빌려왔다고 한다
바나나꽃?
바나나꽃의 생김새를 몰라 검색을 해보았다



         사진출처  http://photo.naver.com/view/2010120909265372548

아래는 작가가 '왕국' 홍보차 내한했을 때(2008)의 사진이다
다른 건 좀 깜짝 놀라게 나와서 작은 것을 하나 첨부해본다
우리가 익히 보아왔던, 장난기가 어린 미소에 안경을 쓴, 젊은 흑백사진의 요시모토의 모습을
이 사진 안에서 계속 찾아보게 된다





작가는 비평가이자 시인인 아버지, 하이쿠(俳句,일본 고유의 단시(短詩)) 시집을 낸 어머니,
만화가인 언니를 두었다

온 식구가 '글'과 대단한 관련이 있다
그녀는 거의 대부분의 여성들 가슴을 설레게 했던 소설 '키친'으로 가이엔신인문학상(1987)을 받는다
그 후 '키친'으로 이즈미교카상도 수상한다
그 후에도 거품, 쓰구미 등등등으로 수상한다
93년, 96년 99년 이탈리아에서 각종 문학상을 휩쓴다

그리고 2003년
초창기에 쓰던 필명을 吉本ばなな에서 よしもとばなな로 all 히라가나로 바꾼다

그녀의 작품 '키친'은 1989년 일본에서, 1997년엔 홍콩감독에 의해 영화화된다
그외에도 쓰구미, 아르헨티나 할머니 등이 영화화 또는 드라마화되었다

여기서 소개할 '왕국'은 3편으로 나누어져있는데
'왕국1'은 2002년, '왕국2'과 '왕국3'은 각각 2004년과 2005년에 발표하였다, 는 것을 위키.에서 읽고 조금 놀랐다
이.이.이정도의 시간을 들였다니..

각설하고
요시모토의 소설을 읽으면 처음엔 집중이 잘 안되고 얕지만 서서히 빠져들다가
나중에는 그녀의 이야기가 마음에 잔잔하게 잠겨 흐르는 소리에 귀기울이게 되는 느낌을 받는다
좀 차분한 마음을 갖고 싶을 때에 권하고 싶은 책이다

무엇보다 '왕국'은 산 속의 맑은 공기 속에서 살던 소녀가 도시로 나와 사람들을 치유하고, 더불어 살아가며 자신도 치유받게되는 과정을 그린 소설이다


다음은 좋아라하던 책의 일부분이
가끔은 왜 이 부분을 적어놓았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문장도 더러 눈에 들어오지만
옛 기억과 메모를 참고로 그때의 느낌을 되살려보는 기회를 삼고 공감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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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국1 안드로메다 하이츠


이것은 나와 가에데를 둘러싼, 길고 이렇다 할 재미도 없는 이야기의 시작이다.
동화보다 유치하고, 우화라 하기에는 교훈이 없다.

어리석은 인간의 삶과, 약간 묘한 각도에서 바라본 이 세계.
결국은 좀 삐딱한 옛이야기다. 그래도 그런 이야기 속에 아주 사소하지만 좋은 것이 있다.
그리고 정말 그렇게밖에 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세계가 신기하게도 가슴을 열어준다.

연애나 병을 치유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만사는 시간을 들일 만큼 들여 온당한 순서를 밟아 바꿔나가지 않으면 절대 제자리를 잡지 못한다.
그런데 사람만이 생략하고 서두른다. 욕망 때문에.
그러니까 모든 종교가 가장 먼저 욕망과 싸우게 되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내가 지금의 이 차분한 사랑에 빠진 까닯은, 그가 그때 나를 에워싸고 있던 고독한 기운을 조금도 해치지 않은 채
살며시 몸을 기대 왔기 때문이리라.

 " 그 사람을 나쁘게 말하지마. 까다로운 구석이 있기는 하지만 아주 좋은 사람이야. 너는 아직 잘 몰라. 사람이 너무 좋으면 온갖 일들이 다 아파서 문을 좁힐 수 밖에 없다고. 여기서 지내다 보면 너도 아픔을 통해서 그가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알게 될거야. 내가 보기엔 그 사람의 문 안은 천국이야. 꽃이 피어 있고 날씨도 좋고 소슬바람이 불어오고. 공기는 맑고 신선하고, 모든 것이 눈물이 나올 정도로 순수하고 착해."


왕국 1 - 10점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민음사



왕국2 아픔, 잃어버린 것의 그림자 그리고 마법

꿈속이 즐거운 생활과 거대한 자연이 마치 맛있는 음식처럼 언제까지고 선명하게 마음에 남아있다.
그것을 잃었다는 생각으로 머리가 뻑뻑해진다. 돌이킬 수 없는 일이듯, 그저 꼼짝도 못 하고 슬픔 덩어리가 된다.
꿈속 세계의 인간에게는 탈것이 감정밖에 없으니까, 기분을 어루만질 수도 없는 것이리라.
현실에서 몸이 '잘 잤다'느니, '실컷 먹었다'느니, '피곤하니까 자야겠다'느니, '조금 더 움직여도 되겠다'느니
기분을 어루만질 수 이쓴 말을 해주니까, 나는 몸이란 탈것을 타고 지금이란 시간에 익숙해질 수 있다.
하지만 꿈속에서는 자신의 정신만이 있다. 그래서 확대된 감정이 그릇에서 넘쳐흐른다.
넘쳐흐른 갖가지
감정은 백배쯤 증폭된다.
그리고 오랜 여행에서 돌아온 것처럼,
그저 마음이 아파진다.

사람은 역시 사람을 보러 온다. 하루에 한 번은 사람들이 평화롭게 사는 모습을 보고 싶은 것이다.
번화가는 평화롭지 않을 수도
있지만, 시장은 대체로 평화롭다. 그곳은 어머니들이 모이는 곳, 생명을 관장하는
부엌과 직결된 곳이기 때문이다.

"또 올게요."

나는 바로 얼마 전까지는 몰랐던 사람들에게 그렇게 인사한다. 그들은 웃음으로 답한다. 그렇게 나라는 파문을
우주의 기록 속에
하나 둘 새겨 간다.
시즈쿠이시여, 더 멀리 노 저어 가렴. 새로운 일상 속에, 이 조그만 빛으로.

왕국 2 - 10점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민음사




왕국3  비밀의 화원

사람의 마음은 본디 끝도 한도 없이 퍼져 나가는 것이라서
바람이 불 때마다 빛의 느낌이 바뀔 때마다 세계는 끊임없이 다른 얼굴을 보여 준다. 그래서 영원한 것이다.

나는 설명할 기력도 없어 그저 웃기만 하고는 하던 일에 몰두했다. 하루하루가 느슨하게 지나갔다. 그저 마음속의 거친 황무지가 원래대로 돌아와 주기를 잠자코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그냥 내버려 두고 싶었다.
하루하루가 지나가는 과정에서, 한 방울 한 방울, 건강해지기 위한 물이 고여 간다. 그것만으로 생을 이었다.
헤어져야 한다고 이성적으로 아는 것과 인연을 실제로 끊는 것은 아주 다르다.
미련 없이 딱 끊은 만큼, 오히려 시간이 오래 걸린다.

 "여자가 부엌에 있다는 거, 끔찍한 일이로군."

"그냥 갈까요?"

혼자 먹고 싶다는 뜻인가, 하고 생각했다.

"아니, 그런 게 아니고.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으로 부엌에 있는 사람에게 의지하게 되니까."

 많이 즐겨. 아름다운 것도 많이 보고. 가에데의 입에서 나온 말은 모두 그대로 의미가 된다. 강철처럼 단단하고,
어느 모로 보아도
다른 마음이 엿보이지 않는, 아름다운 것이 된다.
그 말이 내 가슴에 툭 떨어져, 향기를 피운다. 반짝반짝 빛나고, 거품처럼 톡톡 튀었다. 그 느낌이 온몸으로 퍼져나가 조그만 상처마저 빛에 감싸였다.

왕국 3 - 10점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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