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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문학

일본문학의 세계를 거닐다, 오가와 요코의 '미나의 행진'

 



미나의 행진을 이야기하기 전에 작가 오가와 요코를 먼저 소개하고자 한다

작가는 오카야마현 출신이다. 어린 시절 세계 아동 문학을 애독하였으며
고등학교 시절 안네의 일기를 읽고 (누구나가 어린시절 한번씩 그러했듯) 감명을 받았다 한다

1988상처 입은 호랑나비로 가이엔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데뷰하게 된다.  1990임신캘린더로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뒤 약지의 표본으로 이즈미교카상을 수상한다. 나중에 소개할 기회가 있겠지만 제목에서 느껴지는 바와 같이 살짝 으스스한 분위기의 약지의 표본은 프랑스에서 영화화되었다.

이번에 소개하고자 하는 미나의 행진 2006년 다니자키 준이치로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미나의 행진'을 조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엄마와 함께 살고 있는 소녀 토모코는 재산가 이모부 집인 대저택에 맡겨진다
그곳에서 이모부의 병약하지만 총명한 딸인 미나와 그 밖의 다른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1년 동안 함께 지내게
되면서 일어난 일들을 그린 소설이다.

담담한 문체로 특출난 사건이 생기거나 하지는 않지만 지루하지 않으며 책에서 묘사되는 상황들이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펼쳐져서 한편의 잔잔한 영화를 본 듯한 느낌이 드는 책이다


'미나의 행진'은 주인공 토모코가 탈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시작된다

처음 타 본 것은 먼 바다를 건너온 독일인과 결혼한 이모로부터의 선물, 레이스가 달린 고가의 유모차.
예쁜 유모차에 지나는 사람들은 한번씩 뒤돌아보고 말을 걸어올 정도였다고 쓰고 있다.
(
그러나 그 속에 있는 아기 토모코에게는 귀엽다는 말도 안했다는  것도;)

그 다음 외부의 세계로 인도했던 것은 아버지의 자전거.
위험하다고 꼭 잡고 놓지 말라고 하던 아버지는 위암으로 세상을 토모코가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하던 해에
세상을 떠난다

1972년 토모코는 초등학교 졸업식 날에 신칸센을 타고 홀로 이모 집으로 가게 된다.
그때까지 타보았던 탈 것들 중에서 가장 냉담하고 소란스럽게 느낀다


미나의 행진 - 10점
오가와 요코 지음, 권남희 옮김/문학수첩

 

...  그러나

현실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나의 추억은 더 이상 어느 것에도 손상될 일이 없다

                                                         - 본문 중에서


토모코가 저택이 있던 자리에 현재는 다른 건물들이 들어서있는 것을 보고
과거 그곳에 있던 아름다웠던 저택을
떠올리며 생각하는 부분이다
저택이 현실까지 이어져와 그대로 아름다울 수도 있겠지만 
현실의 모습이 달라졌다면 과거의 기억은 현실의 기억에 덧씌워져 기억은 변형될 것이다
추억이 아름다울지라도 간직해왔던 기억과 다른 현실을 마주했을 때 그 기억은 상처를 입는다
그렇다고 아름다운 추억을 지키기 위해 그 기억과 관련된 현실을 직시할 기회가 있을 때
애써 피하라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어쩌면 작가는 1972년의 토모코를 통해 아름다운 기억을 현실의 눈으로 왜곡시키지 말고
아름다움이 간직된 그대로 과거에 두자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커다란 저택이라든가, 그 안의 인물들이 조금 동떨어진 이야기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어린 시절의 토모코의 시선을 따라 먼 옛날을 회상하는 듯한 느낌은 생소하지 않게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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